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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우의 크리에이터 경제학]당신의 창의성은 어떻게 거대 플랫폼의 교묘한 모듈이 되는가?



[김건우의 크리에이터 경제학]

당신의 창의성은 어떻게 거대 플랫폼의 교묘한 모듈이 되는가?



[크리에이터 경제학 개론]

주식회사 스페이스블록 대표이사 김건우




시중의 온라인 클래스와 서점의 초보 크리에이터 타겟의 도서 상위 순위에는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는 법'이나 '퍼스널 브랜딩으로 독립하기'와 같은 뇌피셜이 넘쳐난다. 이들은 유튜브나 틱톡 같은 미디어 플랫폼을 개인의 매력과 노력만으로 정복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의 땅으로 포장한다.


그러나 『생태계 이론을 향하여(Towards a theory of ecosystems)』는 이러한 대중적 착각을 단숨에 산산조각 낸다.



무엇이 생태계인지 묘사는 넘쳐나지만, 정작 언제 그리고 왜 등장하는지 규명이 부재하다.
무엇이 생태계인지 묘사는 넘쳐나지만, 정작 언제 그리고 왜 등장하는지 규명이 부재하다.


이 논문은 크리에이터 경제(Creator Economy)가 결코 아마추어들의 낭만적인 놀이터가 아님을 증명한다. 그렇다고 플랫폼이 전통적인 직장이나 하청 구조처럼 상명하복으로 크리에이터를 억압하는 것도 아니다. 생태계의 진정한 무서움은 전면적인 위계적 통제(Hierarchical fiat) 없이도, 크리에이터 스스로 플랫폼이 설계한 룰에 자신을 깎아 맞추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



스크롤을 멈추고 이 서늘한 진실을 마주하라.


당신이 알던 크리에이터 생태계의 작동 원리는 오늘 완전히 뒤집힐 것이다.



생태계를 바라보는 기존 연구의 3가지 렌즈와 그 한계
생태계를 바라보는 기존 연구의 3가지 렌즈와 그 한계



나 역시 처음 채널을 열 때는 유투브와 다른 소셜 채널 같은 곳에서 '조회수 터지는 알고리즘 타는 법' 류의 강의를 결제하며, 조회수만 터지면 자유로운 디지털 노마드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현실은 트래픽을 얻기 위해 자극적인 어그로성 섬네일을 만들고 10분짜리 영상을 억지로 늘리며 스스로 플랫폼이 원하는 '조립 부품'으로 전락해 가는 서늘한 자각뿐이었다.




'조건부 자율성'과 매몰된 레고 블록의 비애


이 논문이 미디어 및 경영 학계에 던진 가장 파괴적인 학술 개념은 플랫폼의 '모듈성(Modularity)'과 '비범용적 상호보완성(Nongeneric Complementarities)'이다. 플랫폼은 크리에이터에게 "이런 주제의 영상을 찍어라"라고 직접 지시하지 않으며 100%의 자유를 주는 것처럼 보인다.



생태계에 대한 가장 정확하고 실천적인 정의
생태계에 대한 가장 정확하고 실천적인 정의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독립된 주체들이 결합할 수 있게 해주는 '모듈화된 생태계'에서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는 플랫폼이 설정한 '얇은 교차점(Thin crossing points)', 즉 추천 알고리즘의 기준이나 포맷 가이드라인(인터페이스)에 오차 없이 맞물려야만 대중에게 노출된다. 이는 철저히 규격화된 '조건부 자율성'에 불과하다.



더 치명적인 것은 수익 구조를 옭아매는 덫이다. 크리에이터가 특정 플랫폼의 문법에 맞춰 시간과 자본을 고도로 최적화할수록, 이 투자는 다른 플랫폼에서는 온전히 작동하지 않는 '대체 불가능한 투자(Non-fungible Investment)'가 된다. 생태계에 창작물이 쌓일수록 플랫폼 본체는 '초모듈성(Supermodular complementarity)'의 혜택을 받아 기하급수적으로 자산 가치를 불리며 이익을 독식한다.


 반면, 크리에이터는 타 플랫폼으로 이탈할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이 극도로 높아져 플랫폼에 대한 교섭력(Bargaining power)을 완벽히 상실한 채 단일 생태계에 종속된다.



당장 숏폼 생태계만 봐도 그렇다. 내가 유튜브 쇼츠(Shorts)의 시청 지속 시간 알고리즘에 맞춰 1초 단위로 숨 막히게 컷편집을 한 영상을 인스타그램 릴스(Reels)나 틱톡(TikTok)에 그대로 올렸을 때 처참하게 외면당했던 경험이 있는가? 플랫폼마다 요구하는 초반 3초의 훅(Hook)과 밈(Meme)이라는 모듈 규격이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밤새워 갈아 넣은 편집 기술은 나의 독립적 자산이 아니라, 그 플랫폼을 벗어나면 휴지조각이 되는 '비대체성 매몰 비용'이었던 것이다.




230만 명의 무력함과 심비안의 경고


경영학 최상위 저널들의 방대한 문헌을 NVivo 텍스트 분석 도구로 해체하고 융합한 이 연구는, 생태계의 거시적 역학을 충격적인 지표와 역사적 사례로 입증한다. 논문은 단일 앱 생태계 내에 무려 230만 명의 보완자(개발자/크리에이터)들이 활동하고 있음에도 이들이 쥔 권력은 '매우 제한적(very limited power)'이라는 외부 지표(Pon, 2016)를 인용한다.


이는 수백만 명의 크리에이터가 단 하나의 허브가 설정한 룰에 묶인 채 극단적 경쟁을 벌이는 생태계의 비대칭적 포식 구조를 방증한다.



플랫폼의 가치 시스템의 구조
플랫폼의 가치 시스템의 구조


하지만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거대 플랫폼 역시 영원히 안전한 것은 아니다. 논문은 과거 67%의 압도적 스마트폰 OS 점유율을 자랑하던 독점 생태계 '심비안(Symbian)'이 신흥 안드로이드(Android)에 참패한 사례를 통해 치명적인 학술적 경고를 던진다. 심비안의 몰락 원인은 '거버넌스(Governance) 설계의 실패'와 '상충하는 인센티브(Conflicting incentives)'의 방치였다.


아무리 난공불락의 허브 기업이라도 보완자(크리에이터)들의 합리적 보상 체계를 훼손하고 오만한 룰 세팅을 고집하면 생태계는 한순간에 붕괴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이는 결코 머나먼 해외의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트위치(Twitch) 코리아'가 망사용료를 명목으로 화질 제한과 VOD 중단 등 거버넌스를 훼손하다 끝내 철수를 선언했을 때를 보라. 수만 명의 스트리머들은 플랫폼의 권력에 함께 침몰하기보다, 더 나은 수익 모델(인센티브)을 제시하는 네이버 '치지직(CHZZK)'이나 '아프리카TV(SOOP)'로 주저 없이 엑소더스를 감행했다. 유튜브 코리아 역시 불투명한 노란 딱지와 섀도우 밴으로 크리에이터들의 의욕을 꺾는 오만함을 고집한다면, 언제든 제2의 트위치 사태를 마주할 수 있다.




번아웃의 해독과 유일한 생존 전략 '멀티호밍'


이 논문의 날카로운 통찰은 오늘날 유튜브나 틱톡 생태계를 강타하는 여러 병리적 현상을 완벽하게 해독해 낸다. 수많은 톱 크리에이터들이 호소하는 치명적인 '번아웃(Burnout)'은 개인의 멘탈 문제가 아니다. 자산 유연성(Fungibility)을 상실한 채, 플랫폼이 수시로 바꾸는 인터페이스에 맞춰 끝없이 매몰 투자를 강행해야만 살아남는 시스템적 피로의 필연적 결과다.



참여자의 투자 대체성과 록인의 역학
참여자의 투자 대체성과 록인의 역학


그렇다면 크리에이터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특정 플랫폼의 알고리즘에만 맹목적으로 기생하는 최적화 전략을 버려야 한다. 논문은 생태계 참여자들이 거버넌스 리스크를 분산하고 잃어버린 교섭력을 되찾기 위한 전략으로 '멀티호밍(Multihoming·동시 다중 생태계 진출)'을 제시한다.


단 하나의 플랫폼에 모든 것을 매몰시키지 않고 자신의 자산을 유연하게 분산하는 것만이 거대 생태계 속에서 주도권을 쥐는 유일한 생존법이다.



한국의 영리한 크리에이터들은 이미 무의식적으로 멀티호밍을 실천하고 있다. 침착맨이 플랫폼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체 커뮤니티(침하하)를 구축해 팬덤 데이터를 소유한 것이 대표적이다. 플랫폼의 자의적 룰 변경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면 고객(시청자)의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나만의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이 플랫폼과 알고리즘의 픽을 기다리는 수동적 부품에서 벗어나, 생태계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립적 플레이어로 진화해야 할 수 있을 것이다.




"플랫폼 생태계에서 크리에이터의 자유란, 위계적 지시가 사라진 자리에 들어선 '모듈의 규칙과 인터페이스' 안에서, 기꺼이 자신의 비대체성 투자를 매몰시키며 스스로를 최적화하도록 설계된 '조건부 자율성'에 불과하다. 그러나 거대 플랫폼 역시 오만해선 안 된다. 크리에이터의 인센티브를 파괴하고 군림하는 거버넌스의 끝은, 심비안의 참혹한 몰락이 증명하듯 제국의 붕괴일 뿐이다."

"Towards a theory of ecosystems."를 읽고




[참고문헌]

Jacobides, Michael G., Carmelo Cennamo, and Annabelle Gawer. "Towards a theory of ecosystems."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39.8 (2018): 2255-2276.




[크리에이터 경제학 개론]

주식회사 스페이스블록 대표이사 김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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